판단과 구원 사이에서
판단과 구원 사이에서 제1장 — 판사의 눈 봄이 청송 땅에 내려앉는 방식은 조용하고 느렸다. 산벚꽃은 한꺼번에 피지 않았다. 능선 아래쪽부터 한 그루씩, 마치 차례를 기다리듯 피어올랐다. 강의원은 마루에 앉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손에는 식어가는 보리차 한 잔이 들려 있었고, 눈빛은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은 평화가 아니라 습관에 가까웠다. 그는 서른두 해 동안 판사였다. 판사의 직업은 보는 것이다. 정확하게, 빠짐없이, 감정을 제거하고. 강의원은 그 일을 잘했다. 아니, 탁월했다. 그의 판결문은 간결했고 논리는 빈틈이 없었다. 동료들은 그를 '철판(鐵判)'이라 불렀다. 쇠처럼 단단한 판단이라는 뜻이었다. 그는 그 별명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오랫동안. 은퇴 후 그는 대구 아파트를 떠나 청송으로 내려왔다.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 지 삼 년째였고, 자식들은 서울과 부산에 흩어져 있었다. 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