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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힘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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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youtu.be/U0J6Gs_FXrs   제1장 — 일요일 아침의 말씀 겨울이 끝나가는 일요일이었다. 윤기현은 여섯 시 반에 눈을 떴다. 오래된 습관이었다. 정년을 한 지 사 년이 지났지만 몸은 여전히 강의실로 가야 하는 사람처럼 아침을 서두르곤 했다. 그는 천장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창밖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흐린 빛이었다. 눈이 올 것 같은 하늘이었다. 냉수 한 컵을 마셨다. 성경을 책상 위에 펼쳤다. 디모데후서. 오늘은 거기서 멈추게 되어 있었다. 어떤 날은 그랬다. 손이 멈추는 구절이 있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능력과 사랑과 절제의 마음이니라. 그는 그 구절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오래 머물렀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불편했다.   로마의 지하 감옥. 불이 꺼지는 세계. 그 안에서 이 말이 쓰였다는 사실이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허세이거나 망상이거나, 아니면 그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였다. 윤기현은 그것을 쉽게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삼십오 년을 교단에 섰다. 공학부였다. 수식과 증명과 실험 데이터. 그것이 그의 세계였다.   믿음은 나이가 들면서 천천히, 어쩌면 마지못해, 그의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아내를 잃은 해가 있었다. 그 이후였다. 신앙이 위안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고, 그것이 부끄럽지 않다고 말하기까지는 또 몇 년이 걸렸다. 그는 창가에 앉았다. 커피를 내리지 않았다. 그냥 앉아서 그 구절을 마음속에 되뇌었다. 능력. 사랑. 절제. 세 단어가 따로 놀지 않았다. 어딘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윤기현은 그것을 쫓지 않기로 했다. 오래 교단에 서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이해는 가끔 기다려야 온다는 것이었다. 밖에서 새 한 마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