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005 겨울나무의 질문
2월의 어느 날이었다. 달력으로는 아직 겨울이었지만, 바람 속에는 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운이 스며들고 있었다. 해가 기울 무렵, 나는 집 근처 들판을 걷고 있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천천히 걷고 싶었다. 걷다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오래된 고목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니 참 이상했다. 잎은 모두 떨어져 있었다. 꽃도 없었다. 열매도 없었다. 그런데도 아름다웠다. 아니,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지도 몰랐다. 화려한 장식이 모두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본래의 모습. 굽은 가지들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수없이 갈라진 선들은 마치 한 화가가 공중에 그려 놓은 거대한 스케치 같았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나무를 바라보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예술을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인간은 자연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화가는 나뭇가지를 따라 선을 배웠고, 음악가는 바람과 새소리를 따라 리듬을 배웠으며, 건축가는 숲의 구조 속에서 균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자연은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예술가였다. 그러나 자연은 아름답기만 한 곳은 아니다. 생태계 안에서는 끊임없는 경쟁이 일어난다. 먹고 먹히고, 살고 죽는 일이 반복된다. 작은 생명은 큰 생명을 두려워하고, 강한 생명은 약한 생명을 압도한다. 겉으로만 보면 잔인한 세상처럼 보인다. 그런데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면 이상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자연은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균형을 유지한다. 어느 한 종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그것을 억제하는 무언가가 나타난다. 강자가 독식하려 하면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다. 그리고 다시 균형이 회복된다. 생태계는 그렇게 순환한다.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 같다. 수많은 악기가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만, 결국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낸다. 나는 다시 고목을 올려다보았다. 가지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혼란스럽지 않았다. 질서가 있었다. 보이지 않는 조화가 있었다. 그 순간 마음속에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관현악단에는 지휘자가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 연주하는 이 거대한 자연의 오케스트라에는 과연 누가 지휘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 답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질문을 품고 바라본 겨울나무가 그 어떤 철학책보다도 깊은 사유를 내게 선물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고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침묵 속에서도 그 나무는 오랫동안 하나의 질문을 들려주고 있었다. 마치 아직 끝나지 않은 교향곡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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